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국부론》이 처음 출간될 시점에 프랑스에는 중농주의적 경제질서가 확립되어 있었고, 스페인은 신대륙으로부터 들어오는 금을 바탕으로 중상주의적 질서를 구가하고 있었다. 반면, 영국은 당시에 비옥한 토지가 있던 것도 아니고 식민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국부론>을 통해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가 주목한 것은 바로 '분업'이다.
분업과 생산성
여러 사람이 똑같은 일을 나눠서 하면 효율성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분업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덤 스미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분업의 예로 '핀' 만드는 공장을 든다. 예를 들어, 이전에 10명의 노동자는 하루에 200개의 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핀 공장의 공정을 여러 개로 나누어 10명의 노동자에게 작업을 따로따로 시키자 하루에 48,000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었다. 분업이 이렇게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전문성이 향상되었다는 점,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시간의 낭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매일 같은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더 효율적인 기계를 고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화폐의 등장
과거에는 한 사람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본인의 생활에 필요한 여려 가지 물품들을 직접 제작하여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전에 한명의 사람이 다양한 물건을 만들고 사용할 때와는 달리 분업을 하게 되면 노동자가 생산하는 물건의 종류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다른 재화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 물건을 교환하여 수요를 충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품과 다른 사람이 현재 원하는 물품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환을 매개하는 수단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렇게 초기에는 소금이나 조개껍질 같은 물건들이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이용되었지만 내구성, 상호 호의성, 보존의 용이성, 이동의 편리성 등의 이유로 금속 화폐가 등장하게 되었다.
규모의 경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 사회는 소규모의 마을을 한 단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규모가 작은 마을에서는 그 수요 또한 매우 적기 때문에 대장장이, 석공, 도축업자 등의 직업이 독립적으로 존속되기 어려웠다. 즉, 도축업자가 농사도 지어야 했고, 신발이 닳은 경우에는 가죽신도 직접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강가를 위주로 수상 운송이 발달하였고, 마을 보다 큰 지역단위들이 무역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더 넓은 범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제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상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상업과 관련된 법과 질서가 형성되었다. 또한 자본주의가 점점 확립됨에 따라 농민 위에 군림하던 권세가들의 위상은 떨어지고, 농민이 지주와의 종속관계에서 해방되면서 시장경제의 초석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인간의 이기심
일반적인 사회통념상 이기심이라는 감정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기심은 과연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애덤스미스의 시각은 달랐다.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성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이기심은 인간의 악한 본성으로 여겨지지만 이 책에서는 이기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축업자가 양질의 소고기를 판매하는 것은 그의 선량한 본성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단지 부유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다른 경쟁자를 이겨야 했고, 그 과정에서 양질의 소고기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뿐이다.' 이는 기존의 기사도정신이 팽배하던 중세적 시각에서 탈피하고, 근대적인 시각에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이기심의 존재를 상정한 것이다. 즉, 이기심에 기초하여 순수하게 자기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결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애덤스미스는 모든 사람이 이기심에 기초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경제활동이 자율적으로 조정된다고 주장한다. 각 경제주체들은 가격이 증가하면 소비를 줄이고 가격이 감소하면 소비를 늘리는 식의 방법으로 가격의 변동에 따라 소비를 조절하고,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즉, 시장을 자유롭게 놔둔다면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은 자동적으로 조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각자가 개인적 이기심에 따라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가의 역할
그렇다면 이 경우에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애덤스미스는 국가의 역할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다. 국가의 역할은 누군가가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경우에 이를 제재하는 일에 국한된다. 즉, 국가는 독점기업이나 과점기업 등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경우 등에 이들을 처벌하는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 국가가 시장질서에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면 기존에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기능은 상실되고 그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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