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인간은 유전자를 전승하는 생존기계이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이기적인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의 진화론에 이어 진화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는 창조론자들과의 논쟁에 뛰어들어 진화론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종교의 비합리성과 사회적 폐단을 지적하며 인간에 대한 해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생존기계로서의 인간
진화에 대한 리처드 도킨스의 관점은 무엇인가?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의 주체가 인간의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다윈이 제시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단위로 구체화시킨다. 나아가 도킨스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바로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자기복제자로서의 유전자는 다산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돌연변이들을 탄생시킨다. 여기서 각각의 유전자는 무한경쟁에 참여하며 다른 유전자와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생존기계를 찾는다. 그리고 바로 그 생존기계가 인간, 나아가 모든 생명체이다.
선택의 원리
다윈은 진화에 관한 선택의 원리로 인위선택, 성선택, 자연선택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러한 주장에 더해 '선택 행위자가 없는 선택'이라는 원리를 보충한다. 즉, 유전자는 개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며 그저 그가 가진 여러 가지 유전자 조합을 통해 개체가 탄생될 뿐인 것이다. 그리고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개체들이 생존하면서 특정한 유전자의 조합이 계속적으로 선택되는 것이다. 예컨대,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똑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떤 호랑이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겠는가? 그저 다른 호랑이보다 좋은 눈, 탁월한 사냥 능력을 가진 호랑이가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유리한 생존 도구를 가진 호랑이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반복적으로 누적되면서 이렇게 좋은 생존 도구를 가진 호랑이들만 번성하게 되고, 결국 호랑이의 유전자는 좋은 생존 도구를 지닌 유전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택된 유전자들의 기록이다.
생명체의 이기주의
도킨스는 모든 생명체의 존재가치는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생존기계에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그리고 유전자는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하고 전승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이때 활용되는 방법이 바로 '이기주의'이다. 여기서 이기주의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에게 가해질 수 있는 피해를 묵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효과적인 모든 전략을 동원하는 게임이다.
생명체의 이타적 행위
그렇다면 도킨스는 모든 생명체의 이타성을 부정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도킨스는 생명체의 활동에도 이타적 행위가 나타남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타적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기주의이다. 예를 들어, 벌집에 뛰어드는 침입자를 향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침을 쏘는 일벌은 종족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면서 종족 전체를 보존하는 것이 바로 후대에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떠한 일벌도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벌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전략
리처드 도킨스는 이타성이 전략의 산물임을 확인하기 위해 매와 비둘기라는 이기적 개체들을 상정한다. 여기서 매는 공격적인 강경 집단을 의미하고 비둘기는 싸움을 기피하는 평화 집단을 의미한다. 두 집단 중에서 일면 호전적인 매 집단이 비둘기 집단을 공격하고 멸종시킬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양 집단의 비율이 비슷하게 유지된다. 그 이유는 매 집단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는 매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개체는 모두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나름의 방식대로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
도킨스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유전자의 생존기계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간이 어떠하다고 하는 진술(사실판단)과 어떠해야 한다는 진술(가치판단)은 다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설계된 기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동시에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되었다. 즉, 인간은 이성을 통해 눈앞의 가시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 오직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 자기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이성적 존재로서 단순한 유전자의 생존기계가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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