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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요약

by veritas79 2021. 4. 28.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이성은 과연 신뢰할 만한가? 울리히 벡은 근대성의 상징인 '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이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던 이성이 오히려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벡은 이 책에서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엄청난 위험사회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즉, 벡은 이성을 토대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한 서구에 의해 현대사회가 위험사회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 책은 출간될 당시에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산업사회와 위험사회


울리히 벡은 산업사회와 위험사회의 개념을 구분한다. 산업사회는 재화의 분배 방법에 주목하는 반면, 위험사회는 해악의 분배 방법에 주목한다. 물론 위험사회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근대화와 산업화에 있기 때문에 위험사회 역시 산업사회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벡에 따르면 위험사회와 산업사회는 분명히 구분될 수 있는 별개의 개념이며 명확한 사실은 산업사회가 점차 위험사회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위험사회와 근대성의 관계


놀랍게도 현대사회의 위험은 근대성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근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우리사회는 이 정도로 위험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은 더 이상 누군가가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한번쯤 마주칠 만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근대성의 성공으로부터 거대한 위험이 생겨났다. 산업발전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간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주었지만, 경이로운 과학의 발전은 동시에 인간을 전례 없는 엄청난 재난의 위험에 빠뜨렸다. 이제 위험사회에서의 위험은 이전에 불리던 위험과는 질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개념이 된 것이다.

 


위험사회의 특징


근대적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자 위험의 개념은 기존의 사람들이 느꼈던 위험의 정도를 초월했다. 산업화로 인해 나타나기 시작한 위험은 더이상 개인이 감수하거나 성공을 위해 치를 수 있는 대가의 성질이 아니다. 현대적 위험의 주된 특징 두 가지는 '통제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다. 울리히 벡에 따르면, 위험사회에서의 위험이란 인간의 개인적인 의도나 의지와는 무관하며 일단 한번 촉발되기 시작하면 인간의 제한된 능력으로는 통제불가능할 정도로 급속도로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 위험의 원인이 무엇인지, 위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위험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지식은 매우 불확실하기 떄문에 인간은 현대적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불확실하고 통제불가능한 위험에 대해 매우 큰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위험사회가 초래한 변화


위험사회는 우리사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첫째, 위험이 평등화되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과거에 인간이 마주한 위험은 경제적 궁핍에서 비롯된 굶주림과 아사 등 계층적으로 차별화된 위험이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오염이나 원전 폭발사고 등의 위험은 권력이나 자본을 많이 가진 자들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 더 이상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즉, 이제는 위험이 평등화된 것이다. 둘째, 위험이 전지구화되었다. 과거의 위험은 대부분 국소적인 위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위험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발생하고 그곳에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근대적 위험은 국경을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황사는 중국의 국경 안에서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에까지 전달된다. 즉, 이제는 위험이 탈국가적 양상을 띠며 전지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셋째, 과학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신성시되었던 과학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위험 앞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간은 더 이상 과학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학이 가진 기존의 지위는 현대사회의 위험 앞에서 불안정해졌다.

 


성찰적 근대화


그렇다면 인간은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울리히 벡은 이성과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벗어던지고 근대화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성찰적 근대화'를 주장한다. 성찰적 근대화란 산업사회의 원리 자체를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근대성을 종말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대성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현대 과학기술의 이점뿐만 아니라 그 한계도 고려하여 과학에 대한 통제력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의존성과 기술공학 체계의 내재적 복잡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벡은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간의 건전한 토론을 강조한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그만큼 현대사회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국가의 틀 탈피


울리히 벡은 성찰적 근대화를 위해서 정부가 국민국가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대국민국가는 제도적 방식을 통해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를 다룰 수 없다. 그래서 벡은 우리에게 코스모폴리탄적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을 가져야 비로소 현대사회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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