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공리주의는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존 스튜어트 밀은 공리주의 철학에 있어서 가장 저명한 학자이다. 그는 그의 저서 '공리주의'에서 그의 스승인 제레미 벤담이 주장한 양적 공리주의의 개념에 질적 개념을 도입하여 공리주의 사상을 보완하고 발전시킨다. 밀의 접근과 해석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밀의 공리주의와 벤담의 공리주의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두 입장이 어떠한 점에서 세부적인 차이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벤담의 공리주의
벤담이 생각한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란 모든 사람의 행복의 총합을 최대화하는 행위이다. 그가 생각한 행복이란 즐거운 마음의 상태, 즉 쾌락의 존재와 고통의 부재 상태이다. 이때 벤담에게 있어서는 그 쾌락이 어떠한 방식으로 계산되고 산출되는지는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산출하는 행복을 계산함에 있어서 각 개인은 모두 동등하게 고려된다. 즉, 모든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각각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이해된다. 밀은 벤담의 이러한 공리주의에 관한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벤담과 밀은 모두 쾌락주의자이다. 윤리와 도덕에 대한 이들의 접근방식과 목적은 궁극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을 산출하는 방법에 관해서 두 사람은 의견을 달리 한다. 밀은 벤담과 다르게 소수의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총합이 다수의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총합보다 크다면 사람의 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전자에 해당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더 공리주의적이라고 보았다. 즉, 밀은 모든 개인이 느끼는 쾌락을 동등하게 평가하지 않고 행복의 가치를 측정하는 계산 과정에 질적 개념을 부여함으로써 쾌락을 고급 쾌락과 저급 쾌락으로 구분한 것이다.
고급 쾌락과 저급 쾌락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벤담의 공리주의에 대한 철학자들의 주된 비판은 이 견해가 인간이 가진 숭고함을 단순한 짐승 차원의 쾌락으로 격하시킴으로써 동물이 느끼는 단순한 쾌락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은 행복의 질적 개념을 활용하여 이러한 비판에 반박한다. 이는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인간이 더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라는 말로 집약된다. 인간은 동물적, 육체적 쾌락과 더불어 지적 쾌락을 느낄 수 있지만 돼지는 지적 쾌락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밀은 고급 쾌락인 지적 쾌락은 육체적인 저급 쾌락보다 본질적으로 더 가치 있다는 논증을 편다. 그 근거는 두 종류의 쾌락을 모두 느껴본 사람들은 육체적 쾌락보다 지적 쾌락을 더 선호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적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육체적 쾌락의 삶으로 내던지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과 일면 모순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밀의 견해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는 그 사람의 삶이 육체적 쾌락의 삶에 유혹되어 길을 잃게 된 경우에 불과할 뿐 지적 쾌락보다 육체적 쾌락을 선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러한 경우에도 그 사람은 고급 쾌락이 저급 쾌락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공리주의를 위한 입증
밀은 행복은 그 자체로서 목적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밀에 따르면 모든 인간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자 고통의 회피이다. 우리가 의욕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행복을 최대화하려 하는가? 밀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유비를 활용한다. 우리가 어떠한 물체가 눈에 보일 수 있는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을 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복이 추구할만한 것임을 지지하는 유일한 증거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을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행복이 의욕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행복은 그 자체로 의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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