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사회계약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도처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 <사회계약론>의 첫 줄을 장식하는 이 구절은 인간의 자유를 갈망하는 루소의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루소는 이와 동시에 국가의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롭도록 강제되어야 한다'는 일견 모순된 견해를 제시한다. 이 두 가지 사상은 루소의 국가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함축하고 있다. 루소는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견해를 익명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저서로 출판했다. 이로 인해 루소의 수많은 저작이 금서가 되었고, 그는 늘 탄압과 박해의 두려움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말년에 그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국제적 계략의 희생자라고 믿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계약
<사회계약론>의 핵심 과제는 합법적 권력의 근원과 한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루소는 국가에 대한 시민의 의무는 사회계약에서 파생되고, 이러한 계약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시민들이 일반의지를 추구하는 하나의 정치체로 결합된다고 보았다. 개인들이 자연상태에서 살아가지 않고 구태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가를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를 형성함으로써 개인은 각자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소가 내세운 두 가지 전제, 즉 인간의 본질적 자유와 사회에 대한 예속성은 일면 양립불가능한 이상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자유를 항유하고자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삶의 큰 혜택을 원하기 때문이다. 천부적 자유는 인간의 본질적 요건이다. 그래서 만약 인간이 자유를 포기하고 스스로 설정한 사회적 계약에 예속된다면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저버리는 셈이 된다. 결국 자유를 택하면 사회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포기해야 하고, 사회적 계약의 혜택을 택하면 자유에 대한 갈증은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의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유를 희생하지 않고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까? 루소가 제시하는 해답은 다음과 같다. 바로 사회계약을 통해 세워진 국가가 '일반의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일반의지란 개인의 자유로운 계약으로 성립한 국가가 가지는 단일한 의지이다. 이 일반의지는 전체의지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전체의지는 각 개인의 특수한 이해를 반영한 의지의 단순한 총합이다. 개인이 가지는 사적 욕구는 그 자체로 무한정 발산되기보다는 언제나 일반의지의 더 높은 목적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일반의지에 저항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유롭도록 강제되어야' 한다. 일반의지는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며, 국가의 흥망성쇠는 시민들이 사적 의지와 일반의지가 충돌되는 경우에 사적 이익을 보류하고 일반의지를 추구하는 데 달려 있다.
자유
그렇다면 국가가 공공선을 위해 일반의지를 추구하게 된다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을까? 개인이 사적 욕구를 저버리고 일반의지에 종속된다면 결국 자유를 포기하고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일반의지를 추구하는 것이 곧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루소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만약 누군가 국가의 목적, 공공선을 위해 개인의 사적 욕구를 희생한다면 그 사람의 개인적 자유가 중대하게 제한받게 될 것이라는 점은 상식이다. 그러나 루소는 국가를 건설하고 일반의지를 추구하는 행위가 오히려 시민들을 자유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반의지를 따르는 행위가 바로 가장 중요한 형태의 시민적 자유라고 본 것이다. 루소에 따르면, 일반의지를 성취하는 행위와 자신의 자유로운 행위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자와 정부
국가의 기틀을 잘 다져 놓아야 한 국가가 오랫동안 존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국가의 기틀은 헌법으로 구성된다.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 입법자는 사적 이익을 배제하고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법을 제정함으로써 올바른 통치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주권자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주체로서, 행정에 관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즉, 정부는 정책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개인들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루소는 주권자를 대표하는 권력이 한 명의 군주에게 귀속된 국가는 이상적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루소가 제시한 이상적 국가관은 무엇인가?
세 가지 유형의 정부
루소는 정치체제의 세 가지 기본유형으로 민주제, 귀족제, 군주제를 제시한다. 그리고 루소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이 세 가지 유형이 혼합된 형태의 정치체제를 수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여기서 루소가 생각한 민주제란 직접민주제를 의미한다. 즉, 대표자를 선출한 후 그들에게 국가의 운영을 위임하는 간접통치 형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모든 정치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규모가 작고 시민의 수가 적은 국가에서만 적합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국가의 영토가 광범위하고 시민의 수가 매우 많다면 이들의 의사를 통일적으로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소는 귀족제를 자연적 귀족제, 선거에 의한 귀족제, 세습적 귀족제로 나눈다. 루소는 이 중 세습귀족제를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선거에 의한 귀족제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세습귀족제는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여받는 지위임에 반하여, 선거에 의한 귀족제는 능력에 입각하여 선출된 정부를 의미한다. 또한 군주제는 정치권력을 한 개인이 전적으로 소유한 제도로서, 루소는 특히 세습군주제에 대해 혹평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의 독재권력을 기반으로 부패와 탐욕에 빠져들어 일반의지를 배척하고 개인의 사적 이익을 탐닉하여 국가를 파괴시킬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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