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 《정부에 관한 두 번째 논고》
우리는 다음의 진리를 자명한 것으로 여긴다. 만인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양도 불가능한 권리들을 부여받았고, 언제든 어떤 정부든 이러한 권리들을 침해하는 경우 그 정부를 교체하거나 전복시키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다. 이 유명한 문구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로크의 <정부에 관한 두 번째 논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로크가 출간한 <정부에 관한 두 논고> 중 첫 번째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로버트 필머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두 번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로크의 정부론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논고의 핵심 물음은 "합법적인 정치권력의 출처와 한계는 무엇인가?" 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왜 통치자들에게 복종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 이들의 명령에 불복할 수 있는가"이다.
자연상태와 자연법
로크는 두 번째 논고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어떠한 법도, 규범도, 사회도 없는 자연상태를 상상한다. 홉스가 상상한 자연상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였지만, 로크가 제시한 자연상태는 이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로크는 개인들이 사회가 조직되기 이전의 상태에서도 이미 자연법에 구속된 상태라고 본다. 자연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방종과 구별되어야 한다. 즉, 개인이 아무리 무한정의 자유를 누린다고 하더라도 그의 자유는 자연법에 의해 제한된다. 이때의 자연법은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행위를 금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일을 금하는 그런 자연법을 말한다. 그리고 로크는 이러한 자연법은 어떤 개인의 자의에 의해 집행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만약 누군가 나를 적법한 이유 없이 갑자기 공격한다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하여 자력으로 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력구제가 만연해질 경우 각 개인은 자력구제의 미명 하에 자신의 사익을 추구할 것이며 종국에는 모든 개인에게 해가 되고 사회는 붕괴될 것이다.
소유권
자연 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로크는 이 '소유권'이란 개념을 현대적 의미보다 더 폭넓게 이해한다. 로크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소유권도 가진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의 생명을 해치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로크는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땅과 농사의 부산물에 주목한다. 하지만 로크의 논증에도 허점이 있었다. 로크는 아쉽게도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는지, 즉 자신에 대한 소유권의 원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않았다. 다시 땅과 농사의 비유에 주목해보자. 개인은 어떻게 땅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가? 그 방법은 바로 '노동'이다. 인간이 땅에 노동력을 투입하면 땅은 인간에게 소유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땅에 자신의 노동력을 투입한 사람이 바로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취득할 수 있는 소유물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법에 따르면, 어떤 사람도 자신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양 이상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확물을 취득했다면 이는 다른 누군가의 몫을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일정한 크기 이상의 땅을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화폐와 불평등
화폐에 대한 로크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로크는 화폐제도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 불평등을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들은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소멸된다. 그래서 이러한 가치를 영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화폐가 등장했다. 그리고 인간은 화폐를 통해 대량의 소유물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는 자연상태에서 재산의 획득 가능성을 의미한다. 결국 개인들은 이러한 성질을 가진 화폐제도에 암묵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이 제도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
사회계약
로크가 두 번째 논고를 집필한 주요 목적은 시민사회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함이다. 개인들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자연상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주된 목적은 생명과 재산의 보호이다. 그래서 개인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연상태에서 누렸던 자유와 권리의 일부를 포기하는 데 상호 동의한다. 그리고 법을 집행할 권한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게 포기한 권리를 위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안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회계약'이다. 이 계약이 자유롭고 명백하게 이루어지면 명시적 동의가 되고, 명백한 행위에 의하지 않고 행위에 의해 함축될 때에는 묵시적 동의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묵시적 동의'이다. 당신은 이렇나 사회계약에 동의한 적이 있는가? 당신은 자연상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법과 사회, 정부가 확립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당신은 사회계약을 언제 어떻게 맺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로크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이미 확립된 시민사회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혜택을 누린다면, 몇 가지 천부적 권리를 포기하는 데 묵시적 동의를 표한 것이다. 즉, 우리는 이미 확립된 사회로부터 생명과 자유와 재산의 보호라는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권리의 일부를 포기하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저항권
인간이 사회계약을 맺고 시민사회를 건설한 이유는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잔혹하고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통치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악용하여 본연의 책무를 방임하고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로크는 이러한 경우에 시민들이 봉기하여 해당 통치자를 타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치자가 사회계약의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시민들과의 신임관계 소멸되면 그때부터 시민들은 언제든지 통치자를 교체할 수 있다. 즉 로크가 제시한 정치권력의 한계는 공동의 선을 위한 봉사의 한계인 것이다. 로크는 이를 통해 저항권의 개념을 주장한다. 통치자가 더이상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하는 것을 전제로 부여된 권한이 소멸되어 국민은 저항권을 행사하여 통치자를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요약 (0) | 2021.04.24 |
---|---|
루소의 《사회계약론》요약 (0) | 2021.04.20 |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요약 (0) | 2021.04.18 |
존 스튜어트 밀의《공리주의》요약 (0) | 2021.04.14 |
플라톤의 《국가》요약 (0) | 2021.04.13 |
댓글